주총 곳곳 표대결 격화…경영권 분쟁에 상폐 위기 '점입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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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황인욱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진행되며 주주 간 표대결도 격렬해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결집이 확산하며 일부 상장사는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서울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박상수·박영우 선임의 건' 등 4건의 부의 안건을 다룬다. 특히, 시장은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낸 '사외이사 이성용·함상문 선임의 건'의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지분 차가 적어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반대로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등은 박 전 상무가 낸 안건에 찬성 의견을 표하고 있다. 양측이 팽팽해 7.9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사다. 다만, 박 전 상무가 제기한 OCI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경영권 싸움은 사측에 일단 손을 들어준 분위기다. 사포펀드 주도로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에 위협을 느끼는 상장사도 늘고 있다. 최근 에스엠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상근감사 선임안건을 부의하자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 등 새로운 주총 안건을 추가했다. 에스엠의 주총일은 오는 31일이다. 에스엠은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주총 안건이 변경됨에 따라 소액주주들로부터 확보한 의결권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 이사회가 최대주주(이수만)를 위해 복무한다"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건에도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에스엠의 편법적인 움직임에 제대로 된 주주정책 없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도 주총을 앞두고 주총 결의 방법과 이사의 수, 퇴직보상금 지급과 관련된 정관변경 의안을 제출했다. 회사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떠안게 된 대표주관사 KB증권이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며 적대적 M&A 가능성이 나오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KB증권은 지난 10일 27.97%였던 지분을 18일 기준 19.21%로 줄였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하며 상장폐지 안건도 주총에서 다뤄졌다. 사조오양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시장에 관심을 모았던 '자발적 상장폐지의 건'은 부결됐다. 주총에 앞서 지분 1.7%를 보유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자발적 상장폐지 등을 요구하며 의결권을 모았다. 당초, 사조대림이 60.53%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상장폐지 안건은 무리였다는 평가가 우세했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행동주의 확산으로 소액주주들의 결집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주총 문화 변화 가능성을 전망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경영권보호 정관조항들은 지나치게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일반주주의 권리를 제한하고 지배주주의 권한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