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등쌀 무서워… 주주 달래기 바쁜 기업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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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2/01/07/LI5NIBALUFBCXFLED272JNYPS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존경하는 주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정우 포스코(POSCO(292,500원 ▼ 6,500 -2.17%))그룹 회장은 지난 5일 ‘포스코 주주님께 드리는 서한’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오는 28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의결하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지분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소액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자, 최 회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서한을 통해 물적분할한 철강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며 고배당 정책과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기업 대표가 소액주주와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영향력이 커진 소액 주주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경영진에 등을 돌린 소액 주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주요 의사 결정에 장애물이 될뿐만 아니라 자칫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Rule)’ 시행으로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주주 달래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배재훈 HMM(25,200원 ▲ 0 0%) 사장은 지난해 10월 ‘주주님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서한을 배포했다. 당시 5만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2만원대로 급락하면서 소액주주의 반발이 심해진 데 따른 것이다. 배 사장은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배당을 포함한 주주 친화적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도 결손금이 늘고 있어 실제 배당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에 놓인 HMM이 배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소액주주와 소통에 나서는 이유는 이들의 집단 행동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코스피 상장사의 IR 담당자는 “요즘 소액주주들은 소셜미디어(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결집하고 실제 집단 행동에 나서는 게 특징”이라며 “이들의 의결권이 커질 경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거나 주요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골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룰 도입으로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더 세진 만큼, 소액 주주 관리도 리스크 관리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회사인 사조산업(46,300원 ▼ 1,100 -2.32%)이 비상장 계열사인 캐슬렉스 골프장 합병을 추진했으나, 기업 가치 하락을 우려한 소액 주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표대결에서 실패했으나, 당시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같은해 9월에 열린 임시주총에서 주진우 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안과 자신들이 추천하는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을 안건으로 올리며 사측과 대립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니들(미세침) 제조기업 라파스(34,550원 ▼ 2,900 -7.74%)의 소액주주 연대도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라파스 소액주주 연대는 법원으로부터 임시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얻어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의 선임을 시도할 예정이다. 최근 포스코의 소액주주들도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포스코 소액주주모임’이란 이름의 온라인 카페를 개설한 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집단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570여명의 카페 회원들은 임시 주총에 앞서 포스코 본사와 국민연금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근에는 최정우 회장 앞으로 ‘물적분할 결정 철회 요청서’를 보내고 “공정한 주식시장 구축에 반해 소액주주들의 주주평등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행동에 나선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기업들은 현금·주식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지난달 셀트리온(161,000원 ▼ 10,000 -5.85%)은 2013년 이후 9년 만에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심해진 데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인천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분 모으기 활동을 통해 셀트리온 지분 약 10%(1400만주)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셀트리온과 소액주주간 갈등 사례를 보며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많았다”며 “캐스팅 보트를 쥔 소액 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이 좌우될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 친화정책을 통해 주주 마음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